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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시네마 8월] “인생영화 다시 보러 왔어요”…‘부일시네마’로 스크린 오른 ‘로봇 드림’
2024.08.29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네 번째 상영회가 관객의 호평과 함께 막을 내렸다.
27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여든 약 60명의 관객이 영화 ‘로봇 드림’(2024)을 단체 관람했다.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베르헤르 감독이 연출한 ‘로봇 드림’은 올해 열린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다.
영화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주인공 ‘도그’가 TV를 보다가 홀린 듯 주문한 반려 로봇과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다. 의인화한 두 캐릭터는 같은 집에 살면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갔다가 로봇의 몸이 갑자기 굳어 버리면서 이별하게 된다.
‘로봇 드림’은 대사 한 마디 없이 이별의 아픔을 그려냈다. 코믹하고 귀여운 캐릭터인 도그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역설적으로 아프게 다가온다. 영화는 대사 대신 만화적 연출과 아름다운 그림체, 그리고 절묘한 배경 음악으로 감정을 동요시킨다. 공식 포스터에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원스’(2007)를 오마주한 작품답게 명곡과 음향 효과를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밴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히트곡 ‘셉템버’(September)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을 안긴다. 베르헤르 감독은 대사를 사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게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이라며 “‘로봇 드림’을 통해 영화의 본질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특별 상영 부문에 초청돼 처음 공개됐고, 같은 해에 애니메이션계 칸영화제로 불리는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 콩트르상 부문 대상과 유럽영화상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했다.
이날 영화 상영 후에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잠시 진행됐다. 모더레이터로 초청된 김해문화관광재단 영상미디어팀 전현주 차장이 ‘로봇 드림’의 의의와 관람 포인트를 소개하고 관객 간 자연스러운 소통을 유도했다.
전 차장은 ‘로봇 드림’에 대해 “올해 상반기 개봉작 중 최고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소개하며 “저는 이 영화를 야외 상영관에서 처음 관람하고 오늘 두 번째로 봤다. 그림과 음악만으로도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말했다.
관객들도 각자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자기만의 해석, 개인적인 사연 등을 자유롭게 이야기했다. 아이들과 함께 극장을 찾은 부모도 눈에 띄었다.
아내와 함께 두 자녀를 데리고 극장을 찾은 한 관객은 “도서관에서 책으로 먼저 원작을 봤는데, 사실 그때는 별로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영화로 보니 감동이 10배, 100배는 큰 것 같다”며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영화를 보는 내내 코끝이 찡했다”고 말했다.
이날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가 우정과 사랑, 이별과 만남인 만큼 ‘관계’에 대한 토크도 쏟아졌다.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는 한 관객은 “처음엔 엄마와 이 영화를 봤고, 오늘은 친구와 보러 왔다”면서 “‘이별한 사람과 재회했을 때 어떻게 하겠느냐’고 엄마와 친구에게 똑같이 물었는데 각자의 대답이 서로 다르다. 생각이 더욱 깊어지는 밤이다”라고 말해 공감을 자아냈다.
역시 이번이 두 번째 ‘로봇 드림’ 관람이라는 또 다른 관객은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울었다”며 “이번은 두 번째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오늘도 같은 포인트에서 눈물이 났다. 어렸을 때 친했다가 멀어진 친구 생각이 계속 났다”고 밝혔다. 애써 눈물을 삼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털어놓은 안타까운 사연에 오히려 다른 관객이 눈물을 훔쳤다.
언니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는 한 관객도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한때 제가 친하게 지냈던 친구나 연인이 생각났다. 아직 차마 놓지 못하고 있던 아쉬움과 후회라는 감정들을 마주했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에서 왔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온 관객은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부산에 온 김에 우연히 관람하게 됐다”며 “영화 속 여러 관계가 우리네 삶의 모습을 축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말부가 멋있으면서도 슬펐고, 그래서 많이 울었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이지만 현재 서울에서 일하고 있다는 한 남성 관객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혼자 지내다 보면 외로울 때가 있다. 영화에서 그런 도시 속의 고독을 잘 보여준 것 같다”면서 “또 누군가를 만나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의 기쁨,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잘 표현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창원에서 왔다고 밝힌 관객은 “개봉 당시 너무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봤다가 지난달 영화의전당 야외상영회 때 관람했고, 오늘이 두 번째 관람”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야외상영회 때는 대형 스크린으로 봤는데, 오늘은 실내에서 더 몰입감 있게 볼 수 있어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 제가 맺어온 관계들은 어땠는지 돌아보게 해준 영화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작품이고, 다시 보게 돼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더레이터인 전 차장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어떻게 사랑하는지 아는 것”이라는 공지영 작가의 소설 ‘봉순이 언니’ 속 구절을 인용하면서 촉촉한 감성으로 커뮤니티 시네마 시간을 마무리했다.
한편, 모퉁이극장 측은 이날 관객들에게 ‘로봇 드림’ 공식 포스터를 기념품으로 제공했다. 전 차장도 관객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티백 세트를 선물했다.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매)을 증정한다. 다음 이벤트 응모 기간은 오는 9월 3일부터 19일까지이며, 당첨자는 20일 발표할 예정이다.
9월 상영작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 후보에 올랐던 ‘리빙: 어떤 인생’(2023)이다. 일본 거장 고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1952)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원로 배우 빌 나이의 명품 연기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이어 10월부터 연말까지 ‘말없는 소녀’(2023), ‘위대한 작은 농장’(2023), ‘바튼 아카데미’(2024) 등이 매월 상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