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시즌2 네 번째 상영회가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30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 60여 명은 떠오르는 일본의 젊은 거장 미야케 쇼 감독의 작품인 ‘새벽의 모든’(2024)을 관람했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새벽의 모든’은 일본 작가 세오 마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월경전증후군(PMS)을 겪는 여성 후지사와(카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앓는 그의 남성 동료 야마조에(마츠무라 호쿠토)의 특별한 우정을 그렸다.

한 달에 한 번은 PMS 때문에 짜증을 억제할 수 없는 후지사와는 증세가 악화하자 작은 회사로 이직한다. 후지사와는 화목한 회사 분위기에 차츰 적응했지만, 직장 내 자발적 아웃사이더인 야마조에의 사소한 행동에 결국 분노를 터뜨리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야마조에가 발작 증세를 보이며 쓰러지고, 사실은 그도 극심한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고충을 알게 된 둘은 친구도 연인도 아닌 특별한 우정을 쌓는다.
쇼 감독은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20)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3)과 이 작품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3연속 초청받았다. 지난달 열린 제78회 로카르노영화제에선 배우 심은경 주연의 신작 ‘여행과 나날’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새벽의 모든’에 대해 “얄팍한 희망을 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관객들이 보고 나서 ‘내일부터는 힘을 내서 잘살아 보자' 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쇼 감독의 말대로 영화는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오늘날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는 우리가 상실하고 있는 소중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갈수록 뚜렷해지는 개인주의 성향과는 거리가 먼 가족적 분위기의 회사에서 일하는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서로의 아픔을 알고 난 인물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위로하며 연대한다. 서로의 안부를 신경 쓰고, 진지한 관심을 나타낸다.
담백한 연출을 통해 천천히 전개되는 이야기는 이상적이면서도 현실적이어서 흡입력이 상당하다.
특히 문학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대사들이 마음을 촉촉하게 적신다. 후반부 후지사와의 독백 신은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담담한 연출 덕에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는, 억지스럽지 않은 감동을 안긴다.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해주는 영화다. 극장을 나서면서 밤하늘을 보고 싶게 하는 영화다.

영화 상영 뒤에는 관객끼리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이성전 과학문화기획자가 모더레이터로 나섰다.
이 기획자가 자연스레 소통을 유도하자 관객들은 제각기 소감을 공유했다. 한 관객은 자신의 기억에 남는 장면을 언급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은 관객들의 감상평.
“미야케 쇼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 그중에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해 여러번 봤다. 새벽에 봐도 좋고 아침에 봐도 좋고 밤에 봐도 좋은 영화다.”
“담백하고 질리지 않는 느낌의 영화였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플라네타리움 체험을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졌다.”
“남자 주인공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회사 사람들과 지내면서 마음을 열게 된 장면이 있다. 나도 주변 사람들 덕에 따뜻함을 느꼈던 적이 있어 공감이 갔다. 대사들도 참 좋았다.”
“다른 관객들과 평을 나누니 깨달음이 풍성해지는 듯하다. 내 삶이 지금은 초라하고 혼자 몸부림치는 삶일 수 있지만 어둠을 뚫고 계속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영화 특징 중 하나가 호흡이 길다는 것이다. 긴 호흡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나오는 장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직장을 다닌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난다는 느낌이 드는데, 극 중 한 대사가 희망적으로 와닿았다.”
이성전 기획자는 “극 중 인물들처럼 우리도 모두 아픔이나 결핍, 힘듦을 갖고 있다”며 “주인공들이 시간이 흐르며 서서히 미세하게 변화한다. 우리도 정체되어 있고 성장하고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영화의 메시지처럼 서서히 나아가자”고 말했다.
커뮤니티 시네마가 마무리된 뒤 인상적인 소감을 남긴 관객 5명을 선정, BNK부산은행이 제공한 롯데리아 햄버거 교환권을 지급했다. 모퉁이극장도 관객 10여 명에게 랜덤 영화 포스터를 증정했다.
부일시네마는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에서 관람을 신청한다. 참가자를 추첨해 입장권(1인 2장)을 준다.
오는 10월 상영작은 죽음을 맞이한 친구의 시체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린 중국 영화 ‘낙엽귀근’(2020)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