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러분들의 다양한 후기들을 들려주세요 !
마누라의 세계
작성일2025.07.30
조회55
공연명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 시네마극장 - 7월
작성자
bioairtech
평점





참으로 오랜만의 도심 나들이였다.
우연히 광고를 보고 응모를 했는 데 단번에 당첨이 되었으니 얼마나 큰 행운인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일찍 출발하기로 했지만 어정거리다 보니 30분이 더 지나서야 집을 나섰다.
어쩔 수 없이 차를 운전해 용두산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모퉁이극장의 위치를 미리 숙지한 뒤라 편안하게 부산근대역사관 뒷 골목을 돌아 대각사 방면으로 향했다.
미 문화원 건물을 철거하고 새롭게 단장한 거로 아는 데 감회가 새롭다.
40여년 전, 군 생활을 중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서 복무한 덕에 이 일대 지리는 너무 잘 알고 있다.
영화 관람권을 받고 2층 카페로 내려 가 베이글에 커피를 마시며 간단하게 저녁을 때웠다.
지정석에 앉아 영화가 상영되기를 기다리며 스크린이 좀 작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번역가인 샤페살로메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간단한 영화 소개와 관객과 함께하는 토크가 상영 후 약 20분에 걸쳐 진행된다고 한다.
관람 중에 기억나는 대사가 있으면 암기하라는 말에 영화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시대적 배경은 1858년에서 1861년 사이로 막부시대가 쇠퇴하고 일본 근대화의 상징인 메이지 유신이 태동하는 과도기다.
영화의 모티브는 누구나 꺼려하고 입 밖에 꺼내기도 싫어하는 똥을 매개로 삼았다.
주요 등장인물은 폐족이 된 사무라이 겐베이와 딸 오키꾸 그리고 사회적 하층민 야스케와 츄지다.
공간적으로는 에도에서 벗어 난 시골의 집단 빈민촌이다.
문화적으로 일본이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똥을 사고 파는 것이다.
질퍽한 똥을 수거하면서도 돈을 줘야 하고 그것을 다른 농부의 밭에 뿌려주고 돈을 받아 연명하는 삶은
얼마나 고단한가?
그러나 그들에게는 웃음이라는 소화제가 있다.
신세를 한탄하고 체념하는 대신 똥이 돈이 되고 음식이 되는 이치를 채득한 것 같은 웃음이다.
생즉고(生卽苦) :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제행무상(諸行無常) : 살아있는 모든 것은 끊임없이 생멸(生滅)하며 영원한 것은 없다.
제법무아(諸法無我) : 똥이 발효해서 거름이 되고 흙이 되는 것처럼 모든 것은 이것이라 할 만한 실체가 없다.
열반적정(涅槃寂靜) : 이러한 것을 알면 괴로움이 사라지고 마음이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에 이른다.
지나친 추측일까?
이른 바 불교의 핵심사상인 사법인(四法印)의 색채가 짙게 묻어나는 것을 지울 수가 없다.
젊은 청춘의 사랑이 신분을 허물어뜨리고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오끼쿠의 세계로 설명하고자 하는 건 아닌 지 모르겠다.
"세상은 아끼께꼬꾸" 라는 대사에서 보듯이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
관람을 마치고 와이프와 주차장을 향하면서 관람 소감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작은 다툼이 있었다.
티격대다 결국은 따로 집으로 오게 되었다.
수십년을 같이 살면서도 서로의 정신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무슨 영화 후기란 말인가?
아끼께꼬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