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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일시네마 10월] 관객 눈시울 붉힌 ‘부일시네마’ 6번째 상영작 ‘말없는 소녀’
2024.10.31
영화를 사랑하는 <부산일보> 독자를 극장으로 초대하는 ‘BNK부산은행과 함께하는 부일시네마’(이하 부일시네마) 6번째 상영회가 호평 속에 마무리됐다.
29일 오후 7시 부산 중구 신창동 ‘모퉁이극장’에 모인 관객 40여 명은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에 올랐던 ‘말없는 소녀’를 단체 관람했다.
영화는 아일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 가난한 집에서 살고 있는 소녀 ‘코오트’(캐서린 클린치)가 여름 방학 동안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리는 성장 드라마다.
어린 코오트는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돌봄을 받지 못한다. 술과 도박에 빠진 무책임한 아빠는 코오트를 ‘겉도는 아이’라고 부른다. 이런 가정 환경 탓에 ‘말없는 소녀’가 되어 버린 코오트는 엄마의 출산으로 한동안 친척 부부네 집에서 지내게 된다.
부부 중 아내인 ‘아일린’(캐리 크로울리)은 낯선 환경에 놓인 코오트를 가엾게 여기고 극진하게 돌본다. 무뚝뚝해 보이는 남편 ‘숀’(앤드루 베넷)도 나름의 방식으로 코오트를 보살핀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다정함에 코오트는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세 사람 사이에 특별한 유대감이 싹튼다.
콤 바이레드 감독이 연출한 ‘말없는 소녀’는 클레어 키건의 소설 <맡겨진 소녀>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섬세한 촬영과 연출이 특징이다. 인물의 감정을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기보다는 빛과 심도, 프레이밍, 4:3의 화면비 등을 활용해 묘사한다. 이 독특한 연출법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에 동화되고, 주인공을 응원하게끔 만든다.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특유의 정적인 분위기도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이니셰린의 밴시’는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아일랜드 시골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말없는 소녀’ 역시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 나가 묘한 흡인력이 있다. 코오트의 감정에 천천히 동화되어 영화에 집중하다 보면 결말부에서 눈시울이 절로 붉어지게 된다. 이날 모퉁이극장에서도 영화가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영화 상영 이후에는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인 ‘커뮤니티 시네마’가 진행됐다. 독립출판사 ‘나락’과 ‘나락서점’을 운영하는 박미은 대표가 모더레이터로 초청돼 자유로운 소통을 유도했다.
어린 딸과 함께 극장을 찾은 한 관객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에서 너무 빠른 흐름의 영화들만 보다가 이 영화를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라며 “어릴 때 본 ‘빨간 머리 앤’ 생각도 났다. 눈가를 적시는 영화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른 관객도 “템포가 느린 영화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용도 따뜻해서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원작 소설인 <맡겨진 소녀>를 먼저 읽었다는 한 관객은 “철이 너무 일찍 들어버린 소녀의 마음이 영화에서 더 잘 드러났던 것 같다”면서 소설 속 감명 깊었던 부분을 관객들에게 소개해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 사람의 사랑이 누군가의 인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나 생각하게 됐다” “영화 내내 대사가 적은데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잘 느껴졌다” “짧은 시간 동안 소녀가 밝아지고 잘 적응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힐링이 됐다”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원작을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등 다양한 소감이 이어졌다.
‘말없는 소녀’를 두 번째로 관람했다는 한 관객은 “사실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도중에 졸아서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이번에는 집중이 잘 됐다. 한 번 더 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른 분들의 감상도 들어보면서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객은 “처음엔 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감정들이 조금씩 쌓여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이 됐다가 마지막 장면에서 갑자기 너무 눈물이 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자신의 사연을 공유한 관객도 있었다. 한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왜 이렇게 감정 이입이 되나 했는데, 사춘기 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친척한테 맡겨질 분위기였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들 아이들이 많아서 어려워했고, 속상했던 기억이 있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 사람한테 따뜻한 어른이 한 명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에선 나도 말없이 눈물이 났다. 그 마음을 온전히 다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면서 “좋은 영화 잘 봤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관객들의 소감을 모두 들은 박미은 대표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독서 모임이나 영화 모임을 진행해 봤는데, 소감을 나누다 보면 이해가 다채로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이렇게 한 마디씩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설과 영화를 비교해 보면 내용 흐름은 물론 감정선도 비슷하게 흘러간다.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이 나는데, 책도 그렇게 읽힌다. 소설도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했다.
한편, 부일시네마는 매월 마지막 주 화요일 오후 7시 모퉁이극장에서 열린다. 부산닷컴(busan.com) 문화 이벤트 공간인 ‘해피존플러스’(hzplus.busan.com)를 통해 이벤트 참여를 신청하면 매달 추첨을 통해 영화관람권(1인 2장)을 증정한다. 다음 상영회는 11월 26일 진행된다. 상영 예정작은 자연과 공존하는 한 부부의 삶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2023)이다. 또 12월에는 연말에 어울리는 영화 ‘바튼 아카데미’(2024)가 스크린에 오를 예정이다.